아비뇽을 끝으로 남프랑스 여정을 마무리하고 파리로 향했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출발하는 TGV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 계획은 오랜만에 파리에서 2~3일 머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행 준비 중에 발생한 프랑스 전국 곳곳의 연금 시위는 그 계획을 모두 날려버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배치한 시간은 고작 7시간. 파리에서의 그 7시간은 겨우 틈을 낸 아쉬운 시간이었다.
파리, 찰나의 순간
이렇게 짧은 시간이라면 파리를 패싱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찰나지만 파리를 찾은 이유는 몇 년을 그리워했던 뤽상부르 공원 때문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초록색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에 향기 좋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파리지엥 노릇을 그렇게도 그리워했다. 그 이유 하나로 파리 리옹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맡기고 내달렸다.
파리지엥의 일상
뤽상부르 공원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난 참 이곳을 좋아한다. 파리에 올때마다 절대 빼놓지 않는 곳이다. 그렇게 난 평범한 파리지엥들의 일상속으로 들어갔다. 잠시라도 여행자의 무게를 내려놓고 눈을 감고 순간을 즐겼다. 여행 내내 1분 1초도 쉬지 않고 분주했던 나에게 주는 가장 큰 보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행복한 순간이다.
미련만 가득히
그렇게 한시간을 앉아 있었을까. 눈이 번뜩 뜨였다. 그래도 에펠탑은 다시 보고 가야지. 불에 탔던 노트르담 성당도 위로해 줘야지. 매번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퐁피두 센터도 들러야지... 갑자기 분주해진다. 암스테르담으로 넘어가야 하는 기차 시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가운데, 신속하게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그나마 파리는 나름 익숙한 도시라 짧은 시간 안에 계획은 다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걱정했던 파업과 시위는 프랑스에서 머무는 동안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마르세유와 파리의 일정을 원안대로 진행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물론 그 대신 네덜란드 일정을 더 넓힐 수 있긴 했지만, 그렇게 프랑스 여정은 미련이 가득한 채 끝이 났다.
Tip:
파리의 북역은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다. 인근 유럽 국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대부분 북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소매치기며 노숙인, 난민들이 많아서 위험하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나 또한 과거에 배웅 나온 친구가 위협을 당한 일도 있었을 정도로 방심해서는 안되는 지역이다. 헌데 이번에 갔을 땐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심지어 나에게 택시를 잡아 주려고 할 정도로 여행자들을 케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리 자체적으로 북역을 매우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북역 치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파리 여행자들은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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