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의 첫 만남에서 오는 낯선 감정은 하루정도 정처없이 걸어보는 시간을 갖게되면 담날 이내 말끔히 사라진다. 여러도시를 떠돌면서 몸으로 체득한 진리가 되어버렸다. 도시가 나를 받아드릴 수 있는 시간이 흐르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시칠리의 형님도시, 팔레르모

시칠리아에서 세번 째로 베이스를 옮긴 도시는 팔레르모다. 현지 발음으로 빨레르모라 하는데, 어찌나 이뿌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지..^^ 이름은 이리 어여쁘지만 기원전 8세기부터 시작된 아주 오랜 형님도시다. 우리에겐 영화 ‘대부’ 촬영지로 더 익숙하다.

팔레르모는 페니키아를 시작으로 로마와 비잔틴 지배를 받다가 9세기 아랍제국에 의해 번성하게 되고, 11세기 노르만 왕조 이후 12세기 시칠리아 왕국이 성립된 후 팔레르모가 수도로 발전하고, 유럽의 중요한 문화도시가 된다.

오랜 시간 이렇게 다양한 문명들의 영향을 받게 된 팔레르모는 정말 독특한 유적과 문화가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노르만 궁전의 왕실예배당은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최고의 화려함을 뽐낸다. 당시 최고의 아랍 장인들을 모아 한땀한땀 모자이크로 꾸민 곳이라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이슬람문화와 융화되어 있는 건축 양식들은 무조건 내 취향인듯 하다. 스페인 대성당과 궁전들이 그랬고, 시칠리아에서 만나는 건축물들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문화라는 것은 그전 양식들을 존중하고 다양하게 섞이고 융화되었을 때 가장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 같다.

그곳에 있기에, 몬레알레

시칠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고 하여 팔레르모 근교의 몬레알레를 찾았다. 이번에 여행나와서 느끼는 건데… 구글맵이 없던 시절 지도 보면서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그래서 그때 다니던 유럽여행의 테마를 ‘길을 잃어도 좋다’였는데… 이젠 구글이때문에 길을 잃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ㅎㅎ 길을 잃으면서 얻게되는 여행의 깊이는 정말 값지고 오래 가는 경험이된다.

시칠리 3대 성당이라고 해야할까. 위에서 언급한 노르만 궁전에 있는 팔라티나 예배당과 여기 몬레알레 대성당, 그리고 체팔루에 있는 두오모 대성당이 아랍-노르만 건축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규모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런 스타일의 성당을 만날때마다 정말 벅찬 감정을 느낀다. 너무 오래동안 올려다 보고 감상했더니 담이 걸려 몇일 고생했을 정도다.

시네마천국보다 실제천국, 체팔루

체팔루는 반드시 짬을 내서 가야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오모를 봐야했고(천정 내부 보수작업중) 시네마천국의 촬영지일 뿐 아니라 돌산인 로카에서 한눈에 바라보는 절경이 두브로브니크 풍경과 비슷해 이미 유명했기 때문이다. 두오모 빼고는 체팔루는 완벽한 만족감을 주었고, 반드시 한번은 가봐야할 것으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나중에 자세히 포스팅하겠지만, 이곳 캐슬까지 올라가는 데 수백번의 내적 갈등을 치루는 나와의 전쟁에서 나는 또 한번 인생을 배웠다 ㅋ

난 이미 남프랑스 소도시들과 베네룩스 3개국가 소도시들까지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종착지 프랑크푸르트로 떠나는 기차 안이다. 유럽대장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시칠리 얘기를 하고 있다니ㅎㅎ 대륙으로 넘어 온뒤 일정이 너무 촘촘하게 돌아가고 있어 글과 사진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순서를 뛰어 넘어버릴까 하다가도 중간 중간 메모해 둔 감성들의 기록을 통해 순서대로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
자, 유라시아였던 이스탄불과 섬나라 몰타, 시칠리아 여행을 마치고 유럽 대륙으로 넘어갑니다. 기대해도 좋을 남프랑스 스토리는 다음 피드에서 이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