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 했던 사람 손들어보세요! 그 땐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하는 게 국롤이었잖아요? 꼬깔모자 쓰고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오늘은 90년생들만 아는 그 시절 패밀리 레스토랑을 추억하는 시간여행으로 함께 가볼까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등 서구식 식습관이 자리잡기 시작했어요. 한국에 최초로 들어온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는 투모로우 타이거, 코코스, 쇼비즈, 스카이락이 대표적이에요. 1992년 TGI프라이데이스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의 호황기가 시작되었고, 그 이후 베니건스, 씨즐러, 마르쉐, LA 팜스, 플래닛 헐리우드, 데니스, 판다로사 등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전성기를 맞이했어요.

그러다가 IMF가 터지면서 핵폭탄급 악재가 터졌어요.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는 상황이 되다보니 외식업계도 큰 타격을 받았죠. 2000년대 초반 슬슬 경기가 풀리면서 다시 살아났다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어요.

코코스

코코스는 일본의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이에요. 일본에서는 파미레스라고 약어를 쓰기도 해요. 1988년 미도파에서 가지고와서 신사동에 1호점을 열고 호황을 누리다가 IMF여파와 웰빙열풍으로 고칼로리 메뉴기피현상, 1인가구와 경제 불황까지 겹치고 미도파의 부도로 고전하다가 2004년 철수 결정. 코코스 시절 잘나가던때 군자점 매출이 당시 1억3천만원의 최고 매출기록을 가지고 있었는데, 엄청 잘나갔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도 코코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죠!

스카이락(**Skylark)

종달새 마스코트가 인상적인 일본의 대표 패밀리레스토랑이에요. 1962년 도툐 식품체인점으로 시작해서 도쿄 후추시에 1970년 1호점을 냈고, 전세계 9천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버 외식업체로 우리나라에선 1994년 CJ가 처음으로 외식사업에 뛰어들면서 계약을 맺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당시 치킨도리아와 함박스테이크 인기메뉴는 특별한 날 꼭 찾는 메뉴였는데, 가격대도 가성비가 좋아서 4천~1만5천원이면 스테이크,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었어요.

중저가의 가격정책은 처음엔 인기몰이를 했지만 이후 외식업계가 "비싸더라도 제대로 분위기를 낸 음식을 먹자"라는 고가 가격 전략으로 변화하자 외면을 받으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잃고 2006년 철수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있어요. 일본에 스카이락 기업은 존재하지만 운영 레스토랑은 가스트, 바미얀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최근 다 매각된 상황이에요.

세븐스프링스

세븐스프링스 2001년 삼양에서 만든 뷔페형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제철음식과 로컬푸트 친환경의 컨셉으로 2020년까지 운영해 왔어요. 생각보다 오래 버텼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에요. 신선한 제철 신메뉴,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굽고 찌는 저염 조리방식, 친환경 소재의 전문화 웰빙으로 여성들을 주고객으로 내세웠으나 1인가구 증가와 배달음식 선호하는 외식업 트렌드 변화와 가족행사의 간소화 등으로 지점수가 급감했어요.

코로나19로 외식업의 변화, 경쟁사인 빕스와 애슐리 등에 밀려 지금은 추억속의 브랜드가 된 운명. 와인과 생맥이 무제한이지만 메뉴 가격이 퀄리티에 비해 비싸다는 평이 많았고, 지점마다 퀄리티 차이가 나는 점도 아쉬웠어요.

마르쉐

마르쉐는 프랑스어로 ‘시장’을 뜻하는 단어로 스위스 기업이 소유하고 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에요. 1996년 아모제에서 들여와 2013년까지 영업했어요. 코엑스점에서는 알바들이 스위스 풍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일을 했는데 2004년 위생관리 부실로 브랜드에 직격탄을 맞으며 그 이후 근근히 운영하다가 존재감없이 사라졌어요.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마르쉐 매장에 처음 가보고 유럽의 푸드코트 같은 분위기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내부 인테리어와 화려한 분위기가 아주 괜찮았고, 당시 구하기 어려운 수입산 음료수들도 많아서 젊은 애들한텐 데이트 1순위 코스였어요. 아모제는 마르쉐 이후 엘레나 키친이라는 자체브랜드로 2015년부터 뷔페식 매장을 선보였으나 지금은 모두 문닫은 상태에요.

토니로마스

토니로마스는 정통 미국식 캐주얼품의 레스토랑 브랜드로 1972년 플로리다 노스 마이애미에서 시작하고 전세계 27개국 320여개 매장 운영중이에요. 우리나라에는 1995년 썬앳푸드에서 도입해서 압구정매장에 1호점을 낸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중 하나로 2014년 광화문점을 마지막으로 철수했어요.

한국스타일의 갈비찜스타일과 강한 양념의 립메뉴등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에 토니로마스는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섰어요. 출혈경쟁으로 인한 브랜드 타격으로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토니로마스를 들여왔던 썬앳푸드의 남수정대표가 아메리칸 패밀리 레스토랑 캐롤스를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하고 제2의 토니로마스를 꿈꾸고 있어요.

씨즐러

씨즐러는 1958년 설립한 오래된 미국의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전세계 6개국 200여 매장 운영 중이에요. 1995년 대한제당에서 라이센스를 얻어와 청담동에 론칭했으나 빕스,애슐리와의 경쟁과 후발주자들의 뷔페식 샐러드바와의 차별화에 실패했어요.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2년 롯데월드점을 마지막으로 철수. 샐러드바의 가격과 가성비는 괜찮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은 고급스럽고 개성있는 메뉴를 찾았는데 본사에서는 그에 맞는 메뉴개발을 하지 못했고 샐러드바만 좋았던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철수했어요.

우리나라 외식업은 서양 브랜드를 무조건 동경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많이 성장했어요. 국민소득도 늘어나고 음식점들의 퀄리티도 높아져서 이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길 가격이면 다른 대안들이 많이 생겨버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화에 성공해서 반등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나 명맥을 이어가는 TGI프라이데이, 베니건스 등은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

오늘 소개한 패밀리 레스토랑 이름을 들으니 그 시절 생각나는데 요즘은 레트로가 유행하니 예전의 브랜드가 재정비하고 우리나라에 다시 런칭하는 꿈을 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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