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을 베이스로 두고 네덜란드의 소도시들을 최대한 많이 돌아보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독 애정이 가는 나라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네덜란드다. 이 나라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융화다. 지리적 위치 덕에 북유럽과 서유럽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며, 삶의 특권과 평등, 자유가 보장된, 모든 것이 허용되고 가능할 것만 같은 독특한 나라다.
작고 사랑스러운 소도시, 델프트!
우리에겐 무척이나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유럽피안에게는 이미 아주 작고 아름다운 소도시로 이름이 나 있다. 네덜란드 왕가의 시초이자 명품도자기 로얄 델프트의 본산지이며, 유럽 5대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곳이다. 무엇보다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탄생시킨 곳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제일 부러운 순간이 세기의 화가를 낳은 도시를 만날 때다. 어떤 우주의 기운이 있었길래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과거와 함께 살아 숨쉬는 올드타운
호기심을 자극시킨 델프트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려 멀끔하고 세련된 델프트역에 도착했다. 약 10분 정도 걸었을까. 작고 아담한 구시가가 펼쳐진다. 델프트는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아 올드타운은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도시기도 하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수채화 같은 운치있는 올드타운의 전경은 여행에 지친 이방인을 포근히 감싸준다. 골목골목 운하 옆길을 따라 어린이 소꿉장난감과 같은 집들이 늘어선 모습보며 여유있게 걷노라면, 유럽의 아주 멋진 곳,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 여행 중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오렌지 군단의 시초
델프트의 ‘피사의 사탑’이라 불리는 구교회 시계탑은 엉거주춤 기울어져 있다. 운하쪽 지반이 탑을 지지할 만큼 견고하지 못해서라고. 구교회 안에는 베르메르의 무덤이 있으며, 신교회에는 네덜란드 왕족들이 대대로 잠들어 있는데, 그중 네덜란드 최초의 군주인 ‘윌리엄 오라녀’는 주목할 만하다.
오라녀(Oranje) 왕자. 네덜란드의 독립 국가를 이루게 한 그는 지금까지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데, 그의 이름에 있는 이 오라녀가 네덜란드말로 오렌지란 뜻이다. 현재까지 네덜란드 상징의 컬러이자 오렌지 군단의 시초가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귀엽고 어여쁜 마을의 중심지 마르크트 광장과 주말 운하길을 따라 들어서는 벼룩시장은 델프트를 깊이있게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델프트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장기여행에서 오는 피로감이 조금만 덜 했다면... 로테르담과 헤이그를 포기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그래도 델프트를 선택한 나를 다시 한번 토닥여 주며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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