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는 사실 코로나 직전에 예정된 계획이었다. 준비를 한창하고 있던 와중에 코로나의 기세가 쉬 끝나지 않는다는 걸 직감하고 모든 일정을 포기해야했다. 그로부터 딱 3년 반이 흘러 2023유럽대장정에서 재개되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곳 중에 하나다. 그만큼 ‘파리’말고도 갈 곳이 천지라는 얘기다. 보통은 수도인 파리를 중심으로 일드프랑스와 프랑스 남부를 많이 찾으며, 그외 동부, 일부 서부쪽을 방문하는 편이다. 그만큼 남프랑스의 수요는 높다. 4계절 온화한 기후와 화창한 날씨, 아름다운 풍경과 해변 덕에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힌다.

이런 남프랑스도 몇개 주요 지역으로 나뉘는데, 내가 이번에 갔던 곳은 니스, 칸 등이 있는 ‘코르 다 쥐르’와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이 있는 ‘프로방스’ 지역을 다녀왔다. 그래서 남프랑스 여행기는 이들 지역을 나눠서 정리해 봤다.

대놓고 뽐내는 매력, 니스

코르 다 쥐르는 ‘옥색빛 해안’이라는 뜻을 갖고 있을 만큼 끊임없이 펼쳐진 푸른 해변과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많아 여름이면 유럽 각국의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와 휴양을 즐긴다. 오래전 니스를 처음 찾았을땐 가을로 접어들던 때로 한적했던 해변이 올여름엔 휴양객들로 빼곡히 차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여행이라는 것이 신기하다는 걸 이번 니스를 다시 찾으면서 느낀다. 예전엔 니스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와보니 왜 ‘니스, 니스’하는지 딱 와닿는다. 우선 널찍한 해변과 관광 인프라, 뜨겁지만 바삭한 기분좋은 날씨, 게다가 베이스로 잡으면 근교 여행이 너무 수월해 진다. 니스에 해변 말고 볼게 있나 싶지만, 구시가와 니스성, 샤갈 및 마티스 박물관 등 은근히 찾아갈 곳이 많다.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배정해야 한다.

마르크 샤갈이 잠든 생폴드방스

‘~방스‘라는 어미가 붙으면 느껴지는 아름다운 빌리지 분위기. 생폴드방스는 예상했던 그대로 였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대했던 샤갈이 짐들어 있는 곳까지 발걸음 하나 하나 시선을 빼앗는 이곳은 코르 다 쥐르의 명소 중 명소다. 주어진 시간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던 곳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살면 속세에 물든 내 자신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알록달록 컬러풀 빌리지, 망통

망통은 즉흥적으로 결정한 여행지였다. 니스에서 기차로 30분에 닿은 가까운 곳이다. 최대 레몬 생산지인 망통은 ’프랑스의 진주‘로 불리는 곳이며 남프랑스 풍경의 집약체다. 카메라를 아무곳에나 두고 찍어도 칼러풀하고 생기넘치는 마을의 전경이 미소 짓게 한다. 이때 체력적 한계로 나름 고비였던 시기였는데, 망통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며, 여행의 동기를 다시 넣어준 곳이기도 하다.

기죽이는 작은 나라, 모나코

여행다니면서 이렇게 주눅들게 만드는 곳은 처음이다. 모나코는 바티칸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지만, 그 화려함 만큼은 세계 최강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방문했을때 급작스런 폭우로 모나코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갔었는데, 화창한 날씨는 모나코의 진정한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한다. 멋스러운 별장과 부의 상징 요트, 최상급 슈퍼카들의 향연, 몬테카를로 카지노는 열정넘치는 여행자를 순식간에 누추한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외 영화인들의 레드카펫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축제의 명소 ‘칸‘, 지중해의 정원 ’에즈‘, 아름다운 항구도시 ’빌프랑슈쉬르메르‘까지 코르 다 쥐르에는 놓칠 수 없는 형형색색의 매력적인 해안 마을들은 여행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시칠리아에서 프랑스로 넘어오자 마자 체감하는 것, 물가! 대륙은 대륙인 것인지 프랑스라서 그런 것인지… 매일 두세번씩 먹던 젤라또 마져 한번으로 줄이게 만드는 쫄리는 힘. 그간 너무 펑펑 쓰고 다녔나보다. 허리를 졸라메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