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이른 아침 벨기에 앤트워프행 기차에 올랐다. 중세 바로크시대의 거장, 루벤스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번 유럽대장정의 여러 테마 가운데 세기의 거장들을 만나는 미션 실행 중이었다.

루벤스를 만나기 위한 여정

피터 폴 루벤스, 미술계 거장들 가운데 단연 최고의 화가로 꼽고 싶은 인물이자 개인적으로 그의 화풍을 너무도 좋아한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로 앤트워프에 남겨진 그의 흔적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그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설렘으로 한 걸음에 루벤스 하우스를 찾았다.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그의 생가는 보수공사에 들어간 상태였고, 커다란 분리 가벽은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나를 냉정하게 가로 막고 있었다. 생가 앞 노천카페에 앉아 아쉬운 맘을 달래야 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무덤에서 영혼이라도 만나고 싶어서였다. 성야곱 성당으로 달려온 나는 교회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붙고 말았다. 마법이라도 걸린 걸까. 커다란 제단화 프린트 천막이 교회 천장부터 바닥까지 드리워져 있다. 그랬다. 그의 무덤도 나와의 만남을 허락치 않았다.

허탈한 마음에 한참을 제단만 바라보다 교회 담당자를 찾아갔다. 루벤스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다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에게 나이 든 할아버지는 ‘2026년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축 쳐진 어깨로 뒤돌아서는 나에게 그가 다가와 이 성당 제단화인 루벤스 작품 <성인들과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가 새겨진 엽서 한 장을 건넨다.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플란다스의 개, 네로의 마지막 소원

앤트워프는 루벤스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화가를 꿈꾸던 네로는 성화 앞에서 파트라슈와 함께 잠드는데, 네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제단화가 루벤스의 대표작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는 예수’ 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이다.

실제로 이 작품들은 앤트워프의 가장 상징적인 건출물인 성모마리아 대성당에 전시되어 있는데,세개 패널로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크기의 제단화다. 역동적이고 강인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 대작 앞에서 세기의 거장인 루벤스의 살아있는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열차를 위한 대성당’이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앤트워프 중앙역은 유럽의 기차역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꼽힌다. 여행자인 나는 정말 많은 기차역을 다녀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궁전같은 느낌을 준다. 역사의 안과 밖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완벽 그 자체다. 유럽 여행을 간다면 꼭 한번은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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