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3일간의 장기 유럽대장정을 마친 후,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착화되어온 삶의 방식과 신념을 모두 바꾸기 시작했다. 달리 살아보기로 했다.

그 여행 후 1년간 많은 방황과 갈등, 고민 속에 내린 결론을 가지고 미친듯이 온전히,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았고, 또 그렇게 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꼭 1년을 보내고 밖을 다시 나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 2가지였다. 하나는 완벽한 ‘쉼’이었고, 두번째는 나의 개인적 일때문이었다. 그동안 유럽 여행을 15년 가까이 해오면서 단 한번도 내게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 ‘앎’의 여행이어야 했다. 더 많이, 더 깊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만이 가장 가치있게 여행하는 것이라 생각해 왔고, 또 그것이 지금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라 자부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되었다. 충분했다. 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가다가 힘들면, 예전처럼 끝까지 가보는게 아니라 바로 그만두고 되돌아오고, 아침 일찍 시작하는 일정도 없애버렸다. 여행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고 싶었다.

그렇게 혼자 준비없이 무작정 떠난 도시들은 4곳이었다. 먼저 작년 유럽대장정의 첫 시작을 열었던 ‘이스탄불‘을 다시 찾았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고 했던가. 우리에겐 아직도 많이 가려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 문화의 대부분의 발원지이자 원조인 나라이며 동로마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다. 유럽 여행가라면 반드시 가야할 곳이다.

그리고 비엔나와 부다페스트는 거의 10년전 동유럽을 횡단하던 때 만났던 곳으로 다시 와야했던 개인적인 이유로 찾았다. 그 다음 행선지는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새로운 곳 한곳쯤은 넣고 싶었다.

11일박 12일동안 이런 일정이 어떻게 ‘쉼’의 여행이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대략적인 토대 속에 세부계획은 거의 즉흥이었으며 30분 단위의 계획하에 움직이던 나에게는 엄청난 파격이었다.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동안의 여행 ‘짬’이 완벽하게 발현된 막힘없는 여행이 되어주었다. 몸이 기억하는 경험과 본능적 ’촉’은 절대 무시할 순 없나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금. ‘앎’의 여행과 ‘쉼’의 여행 중 어떤 여행이 더 좋았던 것 같냐고 묻는다면… 그것이 혹여 궁금한 이가 있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내가 한 여행은 다 좋았다‘라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결정했던 모든 것이었기에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기로 한 것이다.

내가 한 결정, 내가 해야했던 선택,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다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되 최종 결정한 것에는 뒤돌아보지 않기로. 설령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한들 그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며 살기로 했다.

다시 돌아가면 더 바빠질 예정이다. ‘쉼’이 충만한 여행이었기에, 잘 쉬었으니 이제는 또 나만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인생을 거침없이 살아보려한다. 그간의 결실도 잘 맺어지길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나서는 저의 묵묵한 발걸음에 함께 동행 해주시렵니까.🪴
📮이번 도시별 여행 사진과 기록은 이어서 계속 올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