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랑한 도시 세기의 예술가들이 선택한 도시들의 특징이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곳들이다. 이번 유럽대장정에서도 소개했던 루벤스의 앤트워프가 그랬고, 폴 세잔의 엑상프로방스가, 고흐의 아를이, 샤갈이 잠든 생폴드방스가, 피카소가 사랑한 앙티브가 그랬다.
빅토르 위고의 흔적
룩셈부르크에서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비안덴에도 세기 대문호의 흔적이 있다. 바로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을 완성한 도시이자 대부분의 주된 작품들이 집필되고 그려졌던 곳이다. 작고 소박한 도시로 동화 속 요정들이 살아있을 듯한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입구의 위고의 흉상은 로뎅의 작품이다.
어쩌면 빅토르 위고가 혼자 머물면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던 천상의 마을이었는지도 모른다. 비안덴은 빅토르 위고 주요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으로 화가이기도 했던 그의 그림 속 피사체는 대부분 비안덴이다.
이제는 박물관이 된 위고의 생가를 둘러보면 그가 얼마나 작품에 집중하기 좋은 곳이었는지 알 수 있다. 나에게도 누군가 이곳에 머물러 온전히 집필만 하라고만 해준다면 웬지 그럴싸한 작품 하나는 뽑아 낼 것만 같은 거만한 마음마저 생긴다.
백작의 저택, 비안덴 성
빅토르 위고의 생가에서 그가 바라보는 창문 너머에는 언덕위에 위치한 신비로운 요새가 보이는 데 이는 과거 비안덴 백작 가문의 저택인 비안덴 성이다. 빅토르 위고 다음으로 세계 여행가들을 불러모으는 명소이기도 하다.
비안덴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청탑과아름다운 성채의 모습이다. 성 내부는 백작이 머물렀던 중세시대 실내 모습과 고대 갑옷, 사학적 의미를 가진 각종 유물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성의 창을 통해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천하를 호령하던 백작이 된 기분이다.
한없이 조용한 마을, 한편으로 그 한적함이 외로움으로 느껴지게 하는 비안덴은 빅토르 위고의 고뇌와 비안덴 성의 고독을 내뿜으며 떠나는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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