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와서 생각해보면 33일간의 유럽 여정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단 하루도 빈틈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현지에서 내가 지쳤을 경우를 대비해 후보군 도시마저 예상을 해 놓고 갔으니, 독하디 독했다. 또 한편으론 어떻게 이런 동선까지 생각해 냈을까 대견스럽기도 하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그 시간들을 회상하다 보면 스스로 자화자찬에 빠져버린다.😆
독일의 가장 오래된 도시
오늘 소개할 도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여기를 가게 됐을까... 놀랍고도 신기하다. 모든 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룩셈부르크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넘어가야 하는 데 거리가 상당했다. 중간에 한 곳을 들렸다가 가면 의미 있겠다 싶어 주변 도시를 탐색했다. 여러 후보군 중에 선택한 곳은 바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인 ‘트리어’였다.
제2의 로마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지만 알고 보면 역사적으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제2의 로마라고 불리는 트리어는 기원전 1세기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세운 도시로 로마제국 유적이 아직도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과거부터 전략적 요충지이자 교통의 요지였다.
시간의 흔적
이곳의 명물은 ‘포르타 니그라’ 라고하는 검은 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검게 변하는 특성의 사암으로 만들어져 있어 말 그대로 색이 시커먼 문인데 게르만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벽의 문이었다. 또 4세기 후반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만든 대형 목욕탕인 ‘카이저 테르멘’ 등은 로마시대 유적으로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마르크스의 탄생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독일의 3대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트리어 대성당. 예수가 입었던 성의를 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 카를 마르크스가 태어난 곳으로 생가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에게는 트리어는 성지로 여겨진다.
📮이것이 바로 과거로의 여행이구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머무는 내내 독일 속의 로마를 느끼는 독특한 시간이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트리어라는 새로운 도시를 발굴해 냈다는 뿌듯함으로 나는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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